아버지 장례를 마친 뒤 자녀들이 모여 앉습니다. 결론은 대개 빠릅니다. “어머니는 연세도 있으시고, 나중에 또 세금 내야 하니까 집은 우리 명의로 하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평생 그래 왔듯이, 자식에게 좋은 쪽으로.
그 결정 하나로 상속세가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배우자상속공제는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인데, 어머니가 실제로 받지 않으면 공제가 5억 원에서 멈추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8년 케어닥을 창업하고 요양 현장에서 수천 가족을 봤습니다. 상속세를 계산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남은 배우자가 “나는 됐다”며 물러나는 장면은 수없이 봤습니다. 그 한마디가 세법에서 어떤 뜻인지 아는 가족은 드물었습니다.
이 글은 절세 기법이 아닙니다. 공제가 왜 5억에서 멈추는지 그 구조를 가족이 알고 나서 결정하자는 글입니다. 계산은 세무사와 하셔야 합니다.
5억은 ‘최소’이지 ‘기본’이 아닙니다
배우자상속공제는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을 공제하되,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5억 원은 공제해 줍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 2026년 10월 현행). 거꾸로 말하면 5억 원은 배우자가 아무것도 받지 않았을 때의 숫자입니다. 많은 집이 이 ‘아무것도 받지 않은’ 숫자를 기본값으로 쓰고 있습니다.
상한은 둘 중 작은 금액입니다. 하나는 30억 원, 다른 하나는 상속재산에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을 곱한 금액입니다.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자녀 한 명 몫의 1.5배입니다(민법 제1009조). 자녀가 둘이면 배우자 1.5, 자녀 1과 1이어서 배우자 몫은 전체의 1.5/3.5, 약 43%입니다. 자녀가 셋이면 1.5/4.5, 3분의 1입니다.
즉 “30억까지 공제된다”는 말은 재산이 70억 원쯤 되고 배우자가 그만큼 실제로 받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가정의 상한선은 30억이 아니라 법정상속분입니다. 그래도 5억보다는 큽니다.
같은 집, 어머니 몫만 다른 두 경우
숫자로 보겠습니다. 상속재산 20억 원, 어머니와 자녀 둘. 일괄공제 5억 원 외에 다른 공제는 없다고 가정하고, 신고세액공제 3%는 빼지 않았습니다. 세율은 1억 원 이하 10%부터 30억 원 초과 50%까지 5단계입니다(2026년 10월 현행).
| 구분 | 어머니가 받지 않음 | 어머니가 법정상속분만큼 받음 |
|---|---|---|
| 어머니 실제 상속분 | 0원 | 약 8억 5,700만 원(20억×1.5/3.5) |
| 배우자상속공제 | 5억 원(최소) | 약 8억 5,700만 원 |
| 과세표준 | 10억 원 | 약 6억 4,300만 원 |
| 산출세액 | 2억 4,000만 원 | 약 1억 3,300만 원 |
차이는 약 1억 원입니다. 재산이 크고 자녀가 적을수록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이 차이는 절세 기법이 아니라, 법이 원래 배우자에게 주라고 정해 둔 몫을 실제로 주었느냐의 차이입니다. 위 숫자는 예시이며 실제 세액은 재산 구성과 다른 공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왜 다들 5억에서 멈추는가
첫째, 조건을 모릅니다. 5억을 넘는 공제를 받으려면 배우자가 실제로 받아야 하고, 상속세 신고기한 다음 날부터 9개월 안에 분할을 마치고 등기나 명의변경까지 해야 합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 제2항). 신고기한이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니, 돌아가신 뒤 대략 15개월이 전체 시한입니다.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등기만 해 두고 협의분할을 하지 않아 공제가 인정되지 않은 결정례도 있습니다(조세심판원 2022인0088).
둘째, 2차 상속이 무섭습니다. “어머니께 드리면 나중에 또 세금”이라는 말은 반만 맞습니다. 어머니가 받은 재산은 생활비와 요양비로 줄어듭니다. 10년 안에 다시 상속이 일어나면 단기재상속 세액공제가 있어, 1년 안이면 앞서 낸 세금 가운데 해당 재산 몫의 100%, 이후 해마다 10%포인트씩 줄어 10년째에는 10%까지 공제됩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0조). 두 번 내는 것이 아니라 나눠 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집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세무사와 계산해야 합니다.
셋째,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 본인이 물러나기 때문입니다. “나는 됐다, 너희 가져라.” 자녀들은 그 말을 효도로 받아들여 명의를 넘깁니다. 세법은 그 양보를 ‘배우자가 받지 않았다’로 읽고 공제를 5억에서 멈춥니다. 양보가 비싸지는 순간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10년 안에 배우자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으면 그 과세표준만큼 공제 한도에서 빠집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 생전에 배우자 명의로 집을 미리 넘긴 집은 이 부분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어머니 몫은 세금 문제이기 전에 생활 문제입니다
저는 요양 현장에서 남은 배우자가 자기 명의 재산 없이 자녀 집을 오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자녀 명의로 가 있어서입니다. 요양시설 비용, 간병비, 병원비는 남은 배우자의 마지막 몇 년에 집중됩니다. 그 돈이 본인 이름으로 있을 때와 자녀에게 매번 부탁해야 할 때, 노년의 존엄은 다릅니다.
배우자상속공제는 세법이 남은 배우자의 생활을 지키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공제를 최대로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어머니 몫을 어머니 이름으로 남기는 것이 목표이고, 공제는 그 결과로 따라옵니다.
엔딩플래너의 관점
배우자상속공제가 5억에서 멈추는 집은 세법을 몰라서라기보다 순서가 거꾸로여서 그렇습니다. 세금을 먼저 걱정하고, 그다음에 어머니 몫을 정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남은 분이 앞으로 몇 년을 어떻게 사실지 먼저 정하고, 그만큼을 그분 이름으로 남기면 공제는 따라옵니다.
케어닥 우리가족 엔딩플래너에서 상속 이야기를 할 때 제가 꼭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남으실 분 몫은 정하셨습니까.” 자녀 몫은 다들 고민하는데 배우자 몫은 ‘알아서 되겠지’로 남아 있는 집이 대부분입니다. 그 빈칸이 5억이라는 숫자로 돌아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 부모님 두 분 중 한 분이 먼저 가시면 남은 분이 어디서 어떻게 사실지, 그 비용은 누구 이름의 돈으로 낼지 가족끼리 한 번 이야기해 두세요.
- 우리 집 배우자 법정상속분 비율을 계산해 보세요. 자녀가 n명이면 1.5÷(1.5+n)입니다. 자녀 둘이면 약 43%, 셋이면 3분의 1입니다.
- 상속이 이미 시작된 집이라면 달력에 두 날짜를 적으세요.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과 배우자 분할기한(그다음 날부터 9개월). 분할 협의서와 등기까지 그 안에 끝나야 합니다.
이 글의 세법 내용은 2026년 10월 기준입니다. 상속은 개별 상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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