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재병

형제가 돌봄을 나누는 다섯 가지 방식

추석 밥상에서 시작되는 부모 돌봄 분담 논의. 형제가 돌봄을 나누는 다섯 가지 방식과 각 방식이 깨지는 지점, 그리고 돈·시간·결정권을 따로 정해야 하는 이유를 현장 경험으로 씁니다.


장미 한 송이를 건네는 나이 든 손과 젊은 손

곧 추석입니다.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흩어져 살던 형제가 한 해에 한두 번 한자리에 앉는 날입니다. 어느 집이든 밥상 풍경은 비슷합니다. 아버지가 전보다 말수가 줄었고, 어머니가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 누군가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엄마, 요즘 좀 이상하지 않아?”

그 한마디가 부모 돌봄에 관한 첫 의논이 됩니다. 그리고 대개 싸움으로 끝납니다. 가까이 사는 딸은 “너희는 몰라”로 시작하고, 멀리 사는 아들은 “내가 돈은 보낼게”로 답합니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장남이 알아서 해야지”라고 말하고, 밥상은 조용해집니다. 이 장면을 저는 요양 현장의 수천 가족에게서 봤습니다.

싸움이 나는 이유는 형제가 못돼서가 아닙니다. 돌봄을 나누는 방식을 정하지 않은 채 “누가 얼마나”부터 따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농가의 늦둥이 막내로, 위로 누나가 넷입니다. 형제가 많다고 분담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압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다섯 가지 방식을 정리하고, 각 방식이 어디서 깨지는지 짚겠습니다.

돌봄은 여전히 가족 몫이고, 그 가족은 대개 한 사람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81.4%는 가족원에게 돌봄을 받습니다.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는 비율은 30.7%로 2020년 19.1%에서 늘었지만, 아직 가족을 대체하지는 못합니다(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가사활동을 도와주는 사람도 배우자 29.3%, 딸 18.4%, 사회복지종사자 15.3% 순입니다(같은 조사). 배우자 다음은 딸이고, 사위나 아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가구는 10.3%뿐입니다. 2020년 20.1%에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부부끼리 살거나 혼자 사는 부모를 자녀들이 각자 다른 도시에서 돌봐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 분담을 정하지 않으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사는 자녀, 그중에서도 딸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쏠립니다.

다섯 가지 방식, 그리고 각각이 깨지는 지점

현장에서 보는 분담 방식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각 방식이 언제 무너지는지는 분명히 보입니다.

방식장점깨지는 지점
1. 한 사람 전담, 나머지는 돈결정이 빠르고 부모가 혼란스럽지 않음전담자가 소진되고 돈 보내는 쪽은 “할 만큼 했다”고 느낌
2. 시간 분담(요일·주 단위 교대)부담이 눈에 보이게 나뉨부모 상태가 나빠지면 교대 주기가 버티지 못함
3. 지역별 역할(가까운 자녀는 시간, 먼 자녀는 돈)현실적이고 시작이 쉬움시간과 돈을 같은 무게로 여기는 순간 억울함이 쌓임
4. 공동 계좌·공동 결정(월 회비)돈 문제가 투명해짐계좌는 있는데 결정 규칙이 없으면 회의만 늘어남
5. 외부 서비스가 축, 가족은 감독가족 관계가 덜 상함감독자를 정하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을 아무도 확인하지 않음

첫 번째 방식이 가장 흔합니다. 그리고 가장 자주 법정으로 갑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 접수는 2021년 2,379건에서 2025년 3,612건으로 늘었고, 부모 부양 기여를 인정해 달라는 기여분 청구도 같은 기간 314건에서 441건으로 늘었습니다(법원 통계, 2026년 8월 보도). 돌봄을 혼자 떠안은 자녀가 나중에 “내 몫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는 사건입니다. 부모 세대의 생각은 다릅니다. 재산을 모든 자녀에게 균등하게 나누겠다는 응답이 51.4%이고,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주겠다는 응답은 8.8%에 그칩니다(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부모는 균등을 원하고, 전담한 자녀는 보상을 원합니다. 이 간극을 미리 말로 풀지 않으면 나중에 판사가 풉니다.

다섯 번째 방식은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2026년 장기요양 재가급여 월 한도액은 3등급 1,528,200원, 4등급 1,409,700원이고 본인부담률은 15%입니다(보건복지부 고시, 2026년). 4등급 기준으로 한도를 다 써도 본인부담은 월 21만 원 남짓입니다. 이 돈을 형제가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요양보호사가 잘 오고 있는지, 부모가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사람을 정하는 일입니다.

형제 돌봄 분담 다섯 가지 방식 비교표: 한 사람 전담, 시간 분담, 지역별 역할, 공동 계좌·공동 결정, 외부 서비스 축과 가족 감독. 각 방식의 장점과 깨지는 지점

돈과 시간과 결정권은 서로 다른 화폐입니다

형제 싸움의 뿌리는 대부분 환산에 있습니다. “내가 매주 토요일 가니까 너는 월 50만 원 보내”라는 식의 계산은 처음엔 공평해 보입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 토요일을 쓴 쪽은 “돈으로 때웠다”고 느끼고, 돈을 보낸 쪽은 “나도 힘들게 번 돈”이라고 느낍니다. 시간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고, 돈은 시간으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세 번째 화폐가 있습니다. 결정권입니다. 병원을 옮길지, 요양원에 모실지, 집을 팔지 같은 결정은 돈을 낸 사람도, 시간을 낸 사람도 자기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얼마나”보다 “무엇을 누가”를 먼저 정하라고 말합니다. 돈은 누가 관리하는지, 매일의 시간은 누가 내는지, 큰 결정은 누가 최종적으로 하는지를 각각 다른 사람 이름으로 적는 것입니다. 한 사람 이름이 세 칸에 다 들어가면 그 방식은 이미 첫 번째 방식이고, 그 사람은 소진됩니다.

돈·시간·결정권 세 칸 구조도: 돈은 누가 관리하는가, 매일의 시간은 누가 내는가, 큰 결정은 누가 최종적으로 하는가. 세 칸에 서로 다른 이름을 적는다

기록이 없으면 어떤 방식도 3개월을 못 갑니다

다섯 가지 중 무엇을 고르든 공통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기록입니다. 누가 언제 다녀갔는지, 무슨 돈을 어디에 썼는지, 병원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를 형제 단톡방에 한 줄씩 남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거창한 장부가 아니어도 됩니다. 기록이 없으면 기억이 싸우고, 기억은 늘 자기에게 유리합니다.

기록은 쉬는 근거도 됩니다.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는 2026년부터 연 12일로 하루 늘었습니다(보건복지부, 2025년 11월). 전담하는 형제가 이 12일을 쓰려면 나머지 형제가 그 기간을 채워야 하고, 그러려면 평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기록은 감시가 아니라 교대의 조건입니다.

엔딩플래너의 관점

가장 공정한 분담은 없습니다. 미리 정한 분담만 있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티는 가족은 방식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방식을 부모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정했고, 정한 것을 적어 두었고, 상태가 바뀌면 다시 앉았기 때문입니다.

추석 밥상에서 결론까지 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 자리에서는 세 가지만 정하면 됩니다. 돈을 관리할 사람, 평소 시간을 낼 사람, 큰 결정에서 최종 의견을 낼 사람. 세 칸에 서로 다른 이름이 들어가면 그 집의 돌봄은 절반은 시작된 것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1. 추석 전에 형제 단톡방을 하나 만들고, 첫 메시지로 “부모님 돌봄 이야기를 이번에 한 번 하자”고 미리 예고해 두기
  2. 밥상에서 다섯 가지 방식 표를 보여 주고, 지금 우리 집이 어느 방식에 가까운지부터 합의하기
  3. 돈·시간·결정권 세 칸에 각각 다른 이름을 적어 단톡방 공지에 고정하기

이 글은 준비 중인 책 『엔딩플래너』의 초고입니다. 새 글과 출간 소식을 먼저 받아보시려면 이메일을 남겨 주세요. 주 2회, 화·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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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진: CC0 1.0 · Openverse(rawpixel)

박재병 · 케어닥 대표이사

2018년 케어닥을 창업해 요양 돌봄의 전 구간을 만들어 왔습니다. 현장에서 본 ‘그날’을 미리 설계하는 글을 씁니다. 소개 → · 우리가족 엔딩플래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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